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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가 있는 거 같더라고요."

 

경비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그제야 일반적이지 않던. 상식을 벗어난 행동들이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아이를 피하지 않고 그대로 지나가서 아이를 밀어 넘어뜨리고. 밀어 넘어져 울고있는 아이에게 사과하지 않고. 뛰어서 도망치지도 않고 평소보복 그대로 유유히 사라지던 모습 말이다.

 

지체가 있거나 자폐가 있거나. 사회화가 되지 않음이 분명했다.

 

그 순간 이 사건을 알게되었을 가해재의 부모가 생각되었다.

 

"그러면 상대 부모가 모르게 경찰신고를 취소를 해야겠네요. 그 부모가 알게되면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어요."

 

그 말을 남기고는 곧 있을 수업을 들으러 이동했다. 아직 형사님께서 별다른 연락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사건진해이 좀 더딜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업을 받고 나서 유산소운동을 하던 중 경비대장님께 연락이 와서 형사들이 와서 CCTV화면 확인 후 복사본을 가지고 가셨다고. 본인들이 확인을 해보니 106동에 사는 남자아이인데 장애가 있다고. 아침에 경비실앞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한 번더 유선으로 들었다. 일단 알았다고 하고는 남은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고 샌드위치를 사고. 경비실과 관리사무소에 보낼 파운드케이크를 바리바리 사서 후문계단을 막 올라왔을 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사건담당 형사였다.

 

형사께서는 상대부모에게 연락을 취하여 내일 서에와서 CCTV화면을 확인하라고 했다고한다. 상대부모에게 본인 휴대폰  연락처를 넘겨줄테니 상대부모와 잘 이야기하고 나서 전화를 달라고하였다. 

 

쏟아지는 비를 피해 관리사무소에 파운드케잌들을 전달하고나서 남편에게 해당 내용을 전달했다. 

 

우리 아이는 사건 당시에 넘어져 크게 운 것 외에는 큰 외상이 없었다. 오히려 부모인 나의 마음이 계속 괴로웠을 뿐. 한 번의 사고가 있었던 나도 이렇게 오래간 마음이 아픈데. 상대 가해자의 부모는 어떠했을 까?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면서 오늘과 같은 일이 한 번 뿐이었을까? 분명 평소 다녀야만 하는 길에 대한 강박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길목에 하필 우리가 서있었을 뿐이고. 

 

다음날 아침 9시가 얼마 넘지도 않아서 상대부모라는 여자분께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 아파트 후문계단을 올라가는 중인데. 집주소를 알려주면 만나뵙고 싶다고. 집 주소를 알려주자 얼마 지나지않아 식은땀을 잔뜩 흘리는 중년의 여성분이 집안으로 들어왔다. 온몸을 벌벌떨고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시면서 눈에 눈물이 잔뜩 고여서는 얼굴을 마주보자마자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계속 말씀을 하시고 고개를 제대로 들지도 못하셨다. 

 

진정이 되지 않으시는 거 같아 에어콘 온도를 낮추고 선풍기 바람을 옮겨주며 손을 가만히 잡자 손으로 온몸을 사시나무떨듯이 떠는게 느껴졌다. 얼마나 긴장하시고 걱정하고 슬프실까. 우리집에 오는데 까지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까. 생각하니 남처럼 느껴지지 않아 품으로 안아드렸다. 나와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 키에 몸이 벌벌 떨리는게 느껴졌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몇 번을 이야기하고 등을 쓸어드리니 수 분뒤에 몸의 떨림이 잦아지는게 느껴졌다.

 

상대부모에게 들으니 이러했다.

아이는 지체 장애가 있다고했다.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기는 하나, 초등학교 3학년 수준의 지능밖에 없다고했고. 사람이 양쪽에 서있으면 그 사이를 조심히 피해서 지나가야하는데. 피해갈 줄을 모른다고. 옆으로 몸을 돌려서 지나가거나 해야하는데 그럴 줄을 모른다고했다. 그 날도 아마 그런일로 인해 발생한 일이라고.

 

평소에는 본인이 아이와 함께 등하교를 하는데 작녀는 코로나로인해 재택교육이어 등하교를 할 일이 없었고. 이제 하반기가되어 개학하여 혼자 등하교하는 연습을 하는 중이었다고한다. 그리고 혼자 등하원한지 이틀만에 우리 아이와 부딪힌일이 발생한거라고. 

 

아이의 엄마는 식은땀을 연신흘리고 아이의 상황과 미안함과 교육을 앞으로 잘 시키겠다. 정말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를 바라보며 마음 한 켠이 홀가분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일었다. 내가 일찍 경찰신고를 취소했으면 저 엄마는 오늘과 같은 일을 겪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경찰에게 전화가 걸려와 당신의 아이가 사고를 쳤으니 경찰서에 찾아와 CCTV를 보고 상대부모와 합의를 보라! 이런 이야기 말이다.

 

이러한 일이 거의 일주일에 가까이 이러한 일을 흘러보내니 이 가해자의 엄마를 만날때에는 나의 마음이 매우 평온하게 정리가 되어있었다. 그래서 가해 부모를 보듬어 줄 수있었겠지.

 

그 엄마에게 오늘의 만남이 상처로 남지 않았으면 했다.

 

사람은 계속 살아가야하고 기억은 계속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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