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아기가 잠들기 전에 인사를 나눈다.
"아가야. 엄마가 내일 어린이집에 데리러 갈께. 아빠랑 같이 밥먹고 선생님이랑 있으면, 엄마가 데리러 갈께."
"선생님이랑 친구들이랑 놀고 있으면 엄마가 데리러 갈께. 같이 놀이터가자? 재밌겠다~."
"사랑해 아가야. 엄마는 아가가 엄마 딸이라서 정말 좋아. 행복해."
"너는 나의 행복과 기쁨 그리고 보물이야. 아가랑 같이 있어서 정말 좋다."
매일밤 사랑이 담뿍 담긴 말을 건네주는데.
한 달 전부터는 아기가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엄마 가지 마요."
"엄마 가지 마요."
"엄마 자지 마요."
"엄마 가지 마요."
아기가 많이 말할 때는 연속으로 열번을 말하기도 하는데. 어제는 기어이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어둠속에서 아이의 입매가 아래로 기운 모양새를 보았는데. 눈물을 흘린 적은 없었던지라 오늘따라 입매가 기우네 했었다.
그런데 뺨을 쓰다듬어 보니 누워있는 데로 배갯잇을 적시고 있었던 거였다.
"아이고 눈물이가 났구나. 우리 아기가 속상하구나."
라고 말했더니 다시 한번
"엄마 가지 마요."
아기도 알고있는 거였다. 내가 이렇게 인사를 하고 잠이 들고나면 아침에는 없다는 사실을.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5시 40분에 출발하는 지하철 첫 차를 타고. 6시 18분에 회사 인근 역에서 내려. 6시 50분까지 회사에 걸어간다. 그리고는 7시부터 업무를 시작하여 4시에 퇴근. 그리고 5시 50분 정도는 되어야 다시 아기를 만날 수있다.
아기 입장에서는 밤 10시부터 다음날 6시가 되어야 겨우 엄마를 볼 수 있다. 20시간이 지나면 엄마를 4시간 동안 만날 수 있다.
복직을 막 시작했을 때는 8시에 출근해서 4시에 퇴근을 했었더랬다. 그때는 6시에 일어나 출근준비를 했었는데. 거의 한 달 동안은 아기가 새벽에 뒤척거리며 깨어 엄마를 계속 찾았다. 숨죽인채로 출근준비를 하며 닫힌 안방문 밖으로 흘러나오는 아기의 울음소리와 엄마를 찾는 소리를 들으며 출근했다.
아기와 함께 있어주지 못하는 서글픈 마음을 지닌채로 회사에서 일을 했는데.
이제는 조금 지치는지 우울감을 쉽게 떨칠 수가 없다. 지난 이주간 우울했다. 회사에서 말수가 없는 편은 아니었는데 말수도 많이 줄고.... 회사에서 팀장님은 내가 본인에게 화가 났는 줄 알았다고 하니... 우울한 모양새가 여러모로 다른사람들 눈에 띄었나보다.
그럴수밖에 없는게 매일 밤.
아기가 잠들기 전에 혹는 내가 잠들기 전에
"엄마 가지 마요."
"엄마 가지 마요."
라는 말을 듣고 20시간 가량 아이와 떨어져있어야하는데.
마음이 편할사람이 어디 있을까.
회사에 출근해서 즐거움이 있기라도 하면 그나마 나을까?
즐거움이 있더라하더라고 그 마음 속 한편에는 불편함과 미안함이 공존하고 있을텐데
나는 회사에 출근해서도 즐거움이 그렇게 크지 않는 채로 몇 달여를 지냈다.
내 위의 최고참들이 줄줄이 퇴사하여 내가 퇴사했고.
실무 팀장과 같은 위치에서 팀원들의 대부분의 문의를 해결하고있으니.
쉴틈이 없기도 하니 말이다.
아기와 마주한 4시간동안 즐거움과 기쁨을 느끼기는 하지만.
체력이 달려 동영상을 보여주는 동안 떠오르는 육아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미안함과.
또 아기가 잠들때에 말하는
"엄마 자지 마요."
라는 말을 듣고서도 달리 해줄 수 있는 답이 없다는 사실.
이러한 것들이 나를 지치게 만들고 우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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