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그래서 그 이후에 어떻게 되었느냐고?

 

본부장이 공개적스케쥴일 때 여러번 대표이사실에 드나들더니 육아기 단축근무가 승인되었다.

육아기 단축근무를 1시간에서 2시간으로 바꾸겠다고. 보고한 갱신일의 바로 전날말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내가 초기에 기안하였던 기안문은 회수요청이 들어왔고.

내가 직접작성하지 않고. 우리 팀장이 나의 육아기 단축근무 신청서를 작성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사전에 나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남아있는 잔여 기간을 모두 한꺼번에 신청하여 올렸다.

나는 기안이 승인이 난 뒤에서야 문서상의 내용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나의 육아기 단축근무를 신청하는데. 정작 당사자가 문서를 작성하지 않도록 배제된다는 사실이 이해다 되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에는 나는 코어시간(10-4)을 지키지 않는. 육아기 단축근무(8-3)을 승인 받았다. 우리 회사에서 두번째로 적용받는 사람이 된 것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장장 한 달여의 시간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나는 중간관리자급 두 명의 퇴사, 그리고 이제 막 일여년을 근무한 직원의 퇴사. 또 팀장과 팀원간의 갈등 사이. 그리고 줄어든 근무시간 대비 앞선 이유로 늘어난 업무량으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기존에 8-3을 하고있는 사람의 단축근무를 회수한다거나, 회사의 코어시간 준수가 우선되어야한다는 둥.... 몸무게는 하루에도 2~3kg을 수시로 왔다 갔다 했거니와.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과 이명, 그리고 온몸에 올라오는 만성 두드러기가 더욱 심해졌다. 하루가 멀다하고 두드러기 약을 챙겨먹으면서 새카만 하늘을 보며 새벽출근을 해서는 막막한 마음에 모니터를 보고 한숨을 여러번 쉬었다.

 

왜 마땅히 내가 누려야하는 권리를 이행하는데 그들의 승인이 필요했을까?

그리고 노무사의 의견까지 들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왜 대표이사를 설득을 해야하는 걸까?

 

8-3제도를 쟁취해내었다는 성취감 이면에는 해결되지 못한 찝찝함이 아직 남아있다. 왜냐하면 나 이후로 나와같이 8-3근무를 희망하는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하려는 동료들이 아직 여럿 남아있음을 알고있었고. 또, 그들이 나와 같은 상황에서 8-3제도를 획득해낼 수 있으리라는 장담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8-3근무를 획득해낼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복직한 이후로 중간관리자가 퇴사하여 실질적인 주요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이 부재했던 게 컸다. 내가 우리팀에서 주요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고. 신입직원 수준의 업무수행능력을 갖췄었다면 말도 못꺼내고 부장 또는 본부장선에서 기안문 조차 올릴 수 없게 되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내가 아쉬웠기에 그들이 회사에서 내가 근무하는 요구조건을 맞춰준 거였겠지.... 또, 보통은 구두로 안된다고 통보를 받으면 거기서 멈췄겠지만.

 

나는 문서를 기안해서까지 정면돌파를 선택했기도 한 거같다. 아무래도 문서화를 하면 기록으로 남게되고. 어떻게든 승인을 해주지 않으면 노동부까지 신고를 할 수 있는 사유이기 때문에. 그들을 움직이는 하나의 방법이었기도하다. 문서를 기안하지 않았으면 그들도 움직이지 않았겠지.

 

그래서 나의 기나긴 육아기단축근무를 획득하기 위한 여정과 이제 단축근무 기간을 모두 소진하여. 사측과의 불협화음을 더이상 일으킬 일이 사라졌다. 이제부터는 회사에서 지원하는 유연근무제도를 이용하여 7시 출근하여 4시에 퇴근하는 삶을 살아야겠지.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더라.

7시까지 회사에 출근해야한다더니. 혹시 하는 업무가 미화였냐고.

우스개소리지만. 정작 7시에 출근해서 미화과장님들은 출근도 안하신 상태인 걸 그들도 모르겠지.

 

 

이제 곧 복직할 동료에게 위와같은 사건의 과정들을 모두 공유하고 또 최근의 추이도 공유하였다.

 

앞서 8-3 근무를 가장 먼저 하셨던 과장님께서 둘째를 임신하시어. 임신기 육아기 단축을 과거에 했던 바와 같이 8-3으로 하셨는데. 이제 그렇게는 해주지 못하겠다고. 9-4로 사용하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대로 수용하셨다고.

아무래도 임신중이신지라 스트레스를 피하고자 함이 큰 듯 하였다. 그럼에도 9시에 출근하여 4시에 퇴근하는 것은 본인의 육아와 출근 퇴근시의 스트레스 감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셨다. 

 

또 다른 복직자는 8-3으로 육아기단축근무를 하고 싶었으나, 본인 위에 있는 부장 선에서 사용을 허락받지 못하였다고한다. 이렇게 뒷소문이 돌고야 마는 것은 본인 위에 있는 부장이 결혼도 아이도 없는 미혼이라는 점에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하는 말과 같이 애도 안낳아본 사람이 육아정책을 어떻게 짠다는 것이며. 아이도 안낳아본 사람이 육아에 대하여 얼마나 알겠느냐는 말이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모두 들은 동료는 크게 낙심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본인이 있는 부서의 장은 그렇게 평소 협조적이셨으니 본인의 육아기 단축근무 쟁취에 대하여 크게 관심갖고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혹은 노조로 바로 가서 대응방안을 알아볼 수는 없지 않을까하며 여러 고민을 하였다. 복직 전부터 회사의 여러모의 이야기를 들으니 또 걱정이 많아 지겠지.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