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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허리통증은 유구한 이력을 가졌다.

그 창시는 2006년 2층 기숙사 침대에서 지각을 알아차리고 사다리를 뛰다싶이 내려오다 미끄러져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그 순간이었다. 그 날은 이상하게 늦잠을 잤고. 일어나보니 수업이 시작했을 시간. 엉덩방아를 찧기는 했지만 거동이 가능했고. 뛰다싶이 날아 도착한 강의실에서 한 숨을 쉬고 과학실에나 있을 법한 의자에 앉은지 몇 분여 지나자 통증이 시작되었다. 수업도 제대로 못 들을만큼의 통증. 제대로 걷지도 못해서 엉거주춤하게 걷다가 진땀과 눈물을 찔끔 흘리고는 귀가하여 꼼짝없이 누워있었던가 어땠던가. 어찌되었건 병원은 가지 않았고 그 이후로는 꽤 괜찮은 컨디션을 유지했다.

 

다만 휴학 중에 방학기간동안 하던 동화책삽화 그리기 알바를 할때에 등받이 없는 좌석에서 작업을 하다가 어느날. 느닷없이 아침에 일어날때 허리가 아파서 겨우겨우 펭귄걸음으로 출근을 했지만, 얼마 앉아있지 못하고 조퇴 그리고 퇴사수순을 밟았다.

 

그리고 졸업하고나서도 허리가 아파서 한달여가량 누워있었고. 이때 난생 처음으로 신경차단주사를 정형외과에서 맞았는데 세상이 밝아보였다. 

 

이후로는 허리가 아픈 때가 없었는데 출산을 하고나서 1년에 두 어번씩 허리를 삐고말았다. 갓난쟁이육아를 하면서 허리가 아파서 누워있으니 어찌나 편하던지. 그때에 들었던 생각이 엄마는 아파야만 육아를 쉴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문제는 그때에 남편이랑 싸웠나 어쨌나 냉전이었다. 나는 허리가 아파서 죽겠는데 남편은 출근을 하셔야한다고. 엄마를 불러다가 아기를 맡기고 병원에 다녀오던 여름날. 남편에 그날 오후에 본인이 반차를 쓰냐 마느냐 물어봤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그때는 아기가 어린이집도 다니고 있지 않았는가보다.

 

하여간 그 이후로 허리를 다친게 근육이 부족해서겠거니 하고 PT를 등록해서 운동하는 중에도. 등원 중에 아기를 들어올리다가 한 번 더 삐끗. 이 때에 PT가 10시 예약이었는데 9시 넘어서 허리를 삐끗한 터라 그대로 1회가 날아가서 참으로 아까웠고... 

 

그 이후로 계속 괜찮았나... 그러다가 복직 바로 직전에. 아기한테 아데노바이러스가 옮아서 완벽한 초록색의 가래를 뱉어낼 때였다. 밤새 쿨럭 쿨럭 잠도 못자고 기침을 하다가 그만 허리를 삐어버렸다. 마취통증신경외과에 가서 인생 두 번째 신경차단술을 받았다. 금요일에 병원에 간지라. 다음주에 한 번 더 오라했지만 복직일이어서 병원에 가지를 못했다. 그리고 이주 뒤 또 허리가 아팠다. 이 날은 아빠 생일이었는데.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허리가 안좋은게 느껴졌다. 그래서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언니가 있는 집 근처의 병원을 찾아서 병원 방문. X-RAY를 찍자 보여지는 상태가 안좋은 나의 허리모습.

 

꼬리뼈 위의 4번과 5번 척추 사이의 디스크가 많이 좁아져있다고 했다. 이 부위는 디스크 간격이 가장 넓었어야했는데 가장 좁아져있다고. 이정도 간격이라면 디스크가 삐져나와있을거라고했다. 다리가 저리거나 찌릿거리는 감각은 이때까지만 해도 없었는데..

 

무려 어제. 2023. 11. 8. 입동이었던 날. 하필이면 지하철로 출근하는 사람이 어찌나 많던지. 자리에 앉지 못하고 서서 핸드폰이나 하며 가고있었는데 지하철에 타고있는 그 30분동안 서있었다고 허리가 찌릿찌릿 거렸다. 여태 허리가 아프기는 했어도 허리가 찌릿거린 적은 없었는데.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싶어서 회사 타 팀의 과장님이 추천해주신 도수치료 잘하는 병원으로 행했다.

 

도수치료가 20만원 돈 나온다고 하였지만 나에게는 회사단체보험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었기에 겁없이 방문했다. 반반차를 쓰고 도착한 병원은 굉장히 한적했다. 의레 그러하듯 X-RAY를 찍었는데. 

 

목은 거북목이요

등은 S자가 아니라 일자로 펴져있고.

그래서 4번과 5번 척추에 부하가 걸려서 과하게 꺽여있는 상태.

그래서 디스크가 좁아졌고.

무게가 뒤로 쏠리고 골받은 앞으로 밀어나 더더욱 압박이 가해지고있는 상태라고했다.

 

한마디로 자세불량.

무게중심 이탈.

 

약물치료까지는 필요없고 MRI도 찍을 필요가 없으니 도수치료 등으로 치료를 해보시자하였고.

그래서 도수치료실에서 진짜! 손으로 하는 도수치료를 받았다.

 

도수치료실에서 몸상태를 확인하기위에 앞으로 몸 숙이기. 쪼그려앉기. 몸 뒤로 젖히기 등을 했는데. 평소 그런 자세를 할 일이 없어서 였을까? 나의 몸이 그렇게 엉망인 줄 몰랐다. 그냥 사무실에서 앉아만 있으니까. 허리를 좀 앞으로 숙이면 불편하고. 가만히 있어도 허리가 뻣뻣한 느낌이 들 뿐이었는데. 

위의 자세를 하니 허리 통증과 더불어 꼬리뼈에도 압박과 통증이 느껴졌다. 확실히 정상은 아니었다.

 

이런저런 나의 잘못알고있던 "상식"을 물리치료사님께 파괴 당하고 새로이 태어난 몸뚱어리는 앞서 해보았던 테스트를 무사히 통과했다. 허리통증도 꼬리뼈 통증도 없어진 것이다. 일부 도수치료를 받고나면 통증이 되려 심해지는 사람이 있다는데 내가 바로 그 케이스인가보다. 오늘은 조금만 서있어도 허리가 불편한 지경이니..

 

도수치료사님께 한 번의 치료동안 얻게된 정보들은 아래와 같다.

 

1. 중요한것은 속 근육. PT로 패션근육을 만들어도 허리통증에 소용이 없을 수 있다.

2. 중요한것은 바른 자세를 만드는 것. 몸이 한 번 잘못된 자세를 기억하면 되돌리기가 매우 어렵다.

3. 백년허리의 맥킨지 자세가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4. 필라테스의 경우도 진정한 실력자를 가려내기 쉽지 않다.

5. 전방경사가 있기 때문에 허리를 중립 또는 치골을 위로 당기는 느낌으로

    데드리프트, 스쿼트 등을 할 수는 있지만 이또한 사바사다.

6. PT로 자세교정이 가능하긴 하지만 그 전문도가 물리치료사와 같을 수는 없다.

7. 현 상황에서 운동은 도움이 되지 않고 도수치료 후 운동치료를 병행해야한다.

 

등 이 있다.

 

내일 또 도수치료를 받으러 가는데. 오늘보다는 더 나아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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