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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짧은 소설 : 나의 아름다운 이웃

 

나의 아름다운 이웃 (큰글자도서)

국내도서

저자 : 박완서

출판 : 작가정신 2020.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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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작가를 처음 접한 일은 중학교 무렵이었다. 마침 책 읽는대에 재미가 들린 두살 터울의 언니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책을 구입해 읽었다. 나는 이제 막 만화책이니 판타지 소설이니 따위를 읽어가면서 글을 읽고 상상하기를 즐겨하던 시기였다. 재미에 치중된 책들을 읽다가 저 책을 읽으니 도대체 이 소설이 무엇을 이야기하고싶어하는지 무슨 내용인지 머릿속에 제대로 남지 않았다. 그러니 대학교를 지나 회사생활을 하는 이 때가 되어서도 박완서 작가의 글쏨시가 어떠한지 알리가 만무했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인스타그램에서 접한 소설 홍보를 보게되었기 때문이다. 카피로 쓰여진 문구가 나의 마음을 움직여서 기어이 결제까지 하게 만든 것이다. 이때 구매한 책은 "모래알만한 진실이라도." 알라딘에서 포인트를 모아서 구매하고 배송이 이뤄지기까지 주말을 포함하여 사흘의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읽을 만한 책이 뭐가 없을까 하며 지하철의 스마트도서관을 기웃거리다가 박완서의 또다른 소설집을 발견하고야 만 것이다.

 

도서관에서 꽤나 험하게 다루어졌는지 여기저기 때가 묻어있다. 중간중간에 갈피를 접어 표시를 해둔 곳은 있어도 밑줄이 그어지거나 낙서가 되어있는 부분이 없었어서 마음 편하게 읽을 수가 있었다.

 

이 책의 초판이 인쇄된 날은 1995년 7월이니 내가 10살이 안되었을 때이다. 이 시절에 화장품을 판매하기위한 판촉의 일환으로 끼워넣던 사보에 실린 짧은 소설들을 한데 엮어 낸 책이 바로 "나의 아름다운 이웃" 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이 실제로 쓰여진때는 70년대라고 하니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시대상을 반영한 소설들이라고 할 수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람이 사는 행태가 현재와 과거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끼는 점이 무수히 많았다. 총 50개의 단편중에서는 내가 이해를 할 수도 있고 이해를 할 수 없는 내용들이 있었으나 대번이해할 수있는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읽으면서 소름이 끼쳤던 편은 "아직 끝나지 않은 음모 1, 2, 3" 이었다.

주인공인 분희는 장남의 애인처럼 여기는 시어머니의 눈살에 첫날 합방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살림을 챙기다가. 결국에는 성글은 보릿대위에서 번갯불에 콩까먹듯이 고통스러운 교합을 갖고 그로인해 아이를 배게되었는데. 자기 어머니 눈쌀에 신랑은 집밖으로 나돌아가고 결국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아이는 아비없이 자랐지만 장성하여 분희는 며느리를 보게되었다. 며느리는 첫째로 딸을 낳게 되었다. 손자가 갖고싶어 손녀의 이름을 후남으로 지었으나 며느리는 몇 번의 중절을 계속했고 결국 아이를 갖지 못하는 몸이 되었다. 분희는 손자를 계속 갖고싶었으나 그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는데. 결국 사회적분위기에 의해 아들을 갖기위해 아들이 처가의 요구에 후처를 들여 손자를 보게되었다. 분희는 원하던 손자를 얻었으나 후처와 관계된 어떠한 일에도 간섭하지 않았다. 

 

분희의 손녀 후남이는 성인이되어 이제 결혼을 앞둔 때가 되었다. 똑똑하게 자라 좋은 회사에 입사했으나 같은 동기인 남자직원과는 다른대우를 받았다. 남자직원들은 결혼을 해도 퇴직하지 않아도 되었는데. 여자직원은 결혼을 하면 퇴직을 하겠다는 서약서를 받는다는 거였다. 후남이는 현명하게 서약서를 작성하지는 않았으나. 회사에서 만난 남직원과 사내결혼을 하게 되니 결국에는 회사에서 남편과 본인을 각기 다른 지역으로 발령내버렸다. 이에 후남이의 엄마, 즉 분희의 며느리는 후남이에게 네가 퇴사를 해서 남편을 다시 서울로 불러오게하라고 울며불며 요구하였다. 후남이는 사회에서도 집안에서도 본인의 사회적위치를 더 우선시 하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 요즘 말하는 소위 유리천장에 가로막혀 쓸쓸히 고배를 마시는 모습으로 소설이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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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편 소설이 가장 인상깊게 남았다. 70년대에 머무르지않고 지금의 사회에서도 충분히 일어날법한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최근들어서 더욱더 여권신장에 대한 이야기가 위로 많이 올라오고 있는 거 같다. 직접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주위의 여자아이들이 이야기하는 내용이나 매체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들이 그러하다.

 

공효진이 바퀴달린 집 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와서 부모님과의 일화를 들려주었다. 엄마에게 갈비찜을 하는 방법을 물었더니 엄마가 그건 알아서 뭐하냐고 했다고한단다. 갈비찜 하는 방법을 알면 그걸 하면서 살게된다고 했다고한다. 틀린 말이 아니라고생각한다. 당장에 우리집에서도 내가 남편보다 비교적 음식을 잘한다는 이유로 나는 주말이면 주방에서 한끼라도 해내고 남편은 청소를 잘한다는 이유로 집안의 온갖 청소를 도맡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청소이야기까지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저 단편 소설이 굉장히 인상깊었다. 

 

한편으로는 분희의 시어머니, 분희, 분희의 며느리, 그리고 후남이 모두 현시대에서도 흔히 볼수있는 모습이 아닌가 싶다. 인생에서 이루어낸 것이 아들을 낳아 기른 것밖에 없어서 아들을 며느리에게 빼앗길까 전전긍긍하는 시어머니들. 그리고 남편이 후처에게 가버린 뒤로 홀로 아들을 길러낸 분희. 그리고 분희가 맞이한 며느리도 결국 후처에게 남편을 보낸 뒤 후남이를 길러냈다. 후남이는 그런 어머니 밑에서 똑똑하게 자라났지만 결국 본인이 아닌 사위를 위하는 어머니를 마주하게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대를 거처 지나오면서 한가지 희망적인 메시지를 접할 수있는데. 이는 분희의 시어머니와 후남이의 사회적 위치가 매우 많이 달라졌다는 것에있다. 여성의 위치가 점점 나아지고 있는 것이다. 후남이가 결국 고배를 마시며 본인이 퇴사를 하게 될 지언정. 후남이가 남자아이든 여자아이든 낳게된다면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하게 두지 않으려 노력할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회는 점점 나아진다. 

남아선호사상과 가부장적인 사회분위기에 여성들이 은근하게 참여하고 동조했다는 것. 그 결과가 후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되는지 여러대를 거친 짧은 단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 소설이었다.

 

 

"나이 아름다운 이웃" 소설은 짧은 단편들이기는 하나 그안에 담겨진 사회적 모습들이 너무나 정확하고 정직해서 놀랄때가 많이 있었다. 어제 배송되어온 "모래알 만한 진실이라도" 소설은 그 안에 담겨진 진솔된 글이 기대된다.

 

방 안에 들어앉아 창호지에 바늘구멍으로 내고 바깥세상을 엿보는 재미. 바늘구멍으로 내다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멀리, 적어도 이삼십년은 앞을 내다보았다고 으스대고 싶었던 치기. 그 치기가 몇 십년을 넘어 지금의 나에게 와 닿았으니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나의 아름다운 이웃 (큰글자도서)

국내도서

저자 : 박완서

출판 : 작가정신 2020.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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