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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을 거의 뜬 눈으로 보냈다.

한시간 간격으로 일어나서 화장실을 가느라 그렇기도하고. 그렇게 화장실을 다녀오면 다시 잠들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좌로 누우나 우로 누우나 똑바로 누우나 배의 무게에 눌려서 몸이 편치 않고. 숨이 차니까 편히 잠들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새벽 5시가 되기전에 눈이 뜨였다. 역시나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자리에 누워 한참 있어도 다시 잠들기는 글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대폰을 들고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어두컴컴한 거실에 낮은등을 키고 앉았다. 이 시간에는 달리 할 만한 것도 없고 피곤한것은 그대로이고 골반이 뻐근하게 아팠다. 소파에 비스듬하게 기대어있으니 뱃속에서 아기가 움직이느라 배가 출렁거렸다. 이제 힘이 굉장히 강해져서 아기가 움직이면 몸통이 흔들리곤한다.

 

핸드폰으로 미국 주식이 얼마나 올랐는지 보고.. 맘카페도 들락거리며 나와 같이 불면의 밤을 지새는 사람들이 올린 우울감이 잔뜩 묻어있는 글도 보고. 웹툰도 보다가 결국 여섯시가 다되어서야 다시 침대로 돌아갔다. 잠시 눈을 감고있으니 눈꺼풀 밑으로 푸르스름하게 해가 오르는 빛이 새어들었다. 결국 다시 몸을 뒤척거리다가 곤히 잠들어있는 남편의 팔을 풀어 만지작거렸다.

 

에어프라이어를 샀는데. 둘곳이 없네. 결국 냉장고 옆에 두는 게 최선인가. 지금 있는 물건들은 어떻게 정리를 하지. 밀어서 맞추는 퍼즐을 하듯이 물건들의 옮길 위치를 속으로 계산하다가 결국 혼자서 열이 받혔다. 이래나 저래나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뿐. 100%의 만족은 있을 수가 없다 생각하고는 근처에 있는 남편의 팔을 베고 몸통을 끌어안았다. 잠이 깰까봐 살금살금 배를 슥슥 만지니 코를 고는 소리가 좀 더 커졌다. 

 

좋겠다. 잘 잘 수 있어서.

 

남편은 한 번 잠이 들면 아침까지 한 번도 깨지 않는다. 나는 아기를 갖기 전부터... 그러니까 결혼준비를 하느라 면역력이 바닥을 쳤을 때에 방광염이 심하게 걸렸었는데. 그때 이후로 꼭 새벽에 일어나서 화장실을 한 번을 갔다. 덕분에 수면의 질이 그리 좋지 못했는데. 이제 임신을 하게되어 아기가 커지고 방광이 더욱 눌리게되니 이 증세가 더 심해졌다.

 

수시로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리고 휴지 한 롤이 하루가 멀다하고 비워진다. 그렇다고해서 화장실을 안가고 참을 수도 없는게 소변이 방광용적보다 많아지면 역류해서 신장으로 올라갈 수있는데. 이러면 바로 신우신염행이다. 항생제도 제대로 쓸 수 없는 임산부에게는 정말 치명적이니 화장실을 참을 수도 없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그렇다고해서 깨어있는 동안 편한 것도 아니다. 책상에 앉아있기만 해도 숨이차서 크게 심호흡하기를 여러번. 비스듬하게 누워있어도 숨이 차서 심호흡하기를 여러번. 거기에 요즘 날씨가 건조하여 비염증세로 코가 막히기까지 하니 입으로 숨을 쉬어서 더욱 힘이든다.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제때 되지 않아서 속이 더부룩한것도 한 몫을 한다. 

 

욕심같아서는 37주까지 최대한 일을 오래 하고 싶었는데. 30주가 지나면서부터 힘이 부치기 시작했다. 일단 앉아서 일을 해야하는데 앉아있는거부터가 고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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