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어른의 일

국내도서

저자 : 손혜진

출판 : 가나출판사 2020.03.23

상세보기

새삼 독립출판물이 많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도 지하철의스마트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인데. 독립출판물인줄 모르고 골라왔다. 알고보니 독립출판물에 에세이. 덕분에 무리없이 편한마음으로 슥슥 읽을 수있었다. 출퇴근시간에 지하철에서 30~40분을 소비하는데. 집에오는길에 읽기 시작해서 내리는 정거장에 도착할 즈음에는 이미 절반을 읽어버릴정도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을 쓴사람은 소설가가 되고싶었으나 결국 마케팅쪽에 자리를 잡은 듯하다. 배민 신춘문예,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 등. 인터넷 커뮤니티를 하지 않는 내가 알정도로 유명한 마케팅이었으니. 글 속에서 묻어나던 자격지심에 비하면 실력이 굉장한 사람이 아닌가 싶다. 

 

큰 기대 없이 읽은 책이었으나. 꽤나 마음에 드는 문장이 많았던 책.


어른의 일


# 면접을 망쳤다.

 

내게 자신감이 아니라 자신감의 근거가 없었다는 걸 면접도중에 알아차렸다. 내가 알아챈 걸 면접관들이 모를 리 없었다. 어쩌면 그들이 먼저 눈치책서 은연중에 내게 알려주었는지도 모르겠다. 주눅든 이유. 그건 그들이 잘나서가 아니라 내가 못나서였다. 아니, 점점 못나졌기 때문이다.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안되서 이 시대를 살아가고있는 동시대의 젊은이들이 겪었을 경험에 동질감을 느꼈다. 이 글쓴이도 그랬고. 나도 그랬다. 압박면접이라는 미명아래 면접자를 심리적으로 위축시키고... 앞으로 겪을일이 없이 과연 있을까 싶은 말도안되는 상황을 꾸며내어 어떻게든 대답을 구하고. 그 대답이 얼마나 허황되고 잘못된 내용인지를 말하게하며 자신의 부족함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던 그런 과정들. 나에게도 분명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런 면접을 보면서 이런 과정을 통해서 합격할 만한 사람이 정말 저런 기업에 지원을 할까? 싶었던 적도 있었다. 이러나 저러나 나는 결국 합격하지는 못했다. 결론적으로는 그 기업에 입사하지 않아서. 삶의 방향이 지금을 향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때는 그 업종의 회사만을 생각했지만 약간의 충격이기도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도 그 회사에 불합격된게 정말 다행이었다. 돈에 영혼을 팔 뻔했다.

 

youtu.be/UIYGNvEVPI4

면접관련된 일화로 생각나는 유튜브가 있어서 가져와봤다. 시리즈가 3편까지 있는 거같았는데. 일반적인 면접관과 면접자의 상황을 반전시킨 흥미로운 프로그램이었다. 결국에 이러니 저러니 압박면접을 하고 어쩌니 저쩌니해도. 현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취준생들은 생존, 생계를 위하여 일한 만큼의 대가(급여, 상여)가 제대로 주어지는 기업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다 라는 내용에 백번 공감하며 재미있게 본 짧은 다큐멘터리였다.

 

 

이 외에도 출근하게해줘서 고맙다거나.(이유는 여름에는 시원한에어콘이 있고 겨울에는 따뜻한 난방이 있기 때문) 직장인의 필수품 허리디스크라던지 공감가는 내용이 많았다. 사람사는 모습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구나. 나만 그런 생각을 했던게 아니구나 하면서 소소하게 읽는 재미가 있었다.

 

 

# 김밥의 미래

 

왜 이 챕터를 표시해두었냐면. 위시리스트에만 담겨있을뿐 아직 먹어보지 못한 김밥집이 수록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연희동은 우리동네에서 꽤나가까운 곳인데 연희김밥이라고 로컬 가맹김밥점이 몇 군데나 된다. 우리집에서도 걸어서 십오분 정도 걸어나가면 연희김밥집을 갈 수있는데. 문닫는시간이 퇴근시간과 비슷하여 먹어볼 생각도 못했었다. 이 책에서도 연희김밥이 맛있다고하는데 적어도 올해가 가기전에는 꼭 먹어봐야겠다. 대충 상상할 수있는 그맛이겠지만 그 맛을 먹으려면 내가 수고를 하는거보단 간편하게 사먹는게 더 나으니까.

 

 

# 어느날 맥심이 사라졌다.

 

카누가 놓인 옆으로 원두와 커피 그라인더와 드리퍼, 캡슐커피 머신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없는 것은 오로지 맥심뿐이었다. 그제야 이 회사에서 맥심의 시대가 끝났음을 알았다.

 

맥모골. 맥심. 커피믹스 등 여러가지 이름으로 일컬어지는 믹스커피. 우리회사에서도 역시 사라진지 오래이다. 해외사무소에 방문할때나 선물로 사들고가거나, 할머니댁에 방문할때에나 사서 들고갈뿐 회사에서는 이제 카누밖에 없다. 또는 캡슐커피 머신이나 아니면 드리퍼 등. 뜨거운 물을 받아서 몇 번 휘휘 저어서 먹을 수 있는 맥심은 이제 찾아보기가 힘들 지경이다. 그 맥심이 사라졌다는 뜻은 맥심의 시대, 세대도 함께 회사에서 자취를 감취었다는 말고 일맥상통한다. 아직 회사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개인용 맥심을 직접 사놓고 먹거나 또는 취향을 바꾸어 카누로 옮기기도하였다.

58년 개띠를 대표하는 우리 아빠도 회사에서 맥심을 무려 8잔이나 마실정도로 맥심을 좋아했는데. 작년에 완벽한 퇴직을 이루었다. 물론 퇴직하기 이전부터 몸에 안좋다하고하여 맥심을 끊은지 몇 년이 되기는 하였지만 말이다. 요즘 티비에서도 맥심 광고를 하나? 싶을 정도로 커피 광고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기억나는건 잘생긴 얼굴의 인간 카누 공유의 광고뿐.

728x90

 

# 좋은 소식 없어?

 

주위 사람에게 물어보고 싶은 말이기도하고. 듣고 싶지 않은 말이기도하다. 기혼인 나의 경우는 이제 결혼한지 3년차이기 때문에 주위에서 은근히가 아닌, 대놓고 손자 손녀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양가 부모 어느쪽이든 안부전화를 하면 자녀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기도하고. 오랜만에 연락을 한 지인들의 경우에도 그렇기도하고. 하물며 회사에서 마주치는 회사사람들이 묻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주 지긋지긋하다. 

 

결혼한지 한달이 안되어서 평소 연락을 잘 하지 않는 과장의 전화를 받았다가 대번 좋은 소식이 없냐고 묻지를 않나.(사석에서 식사를 한 적도 없다.) 결혼식을 앞두고 이미 결혼해서 아이가 군대에 가있는 차장이 피임약을 먹지 말라고 하지를 않나. 친구는 생리가 아닌데도 피가 나온적이 없냐고 자기가 좋은 꿈을 꿨다고 하질 않나.... 질을 운동시키는 케겔 운동을 하라던가. 애를 낳고 나면 요실금이 오니 괄약근 운동을 틈틈히 하라던가. 요가를 하면 애를 낳을때 좋다던가. 나에 대한 안부가 거의 대부분 아이를 갖고 출산하는 내용들과 연관되어버리니 내가 애를 갖는 자궁인지 사람인지 뭔지... 허탈하기가 그지없다. 결혼을 함과 동시에 애를 낳는게 나의 인생의 목표라도 되어버리는 걸까? 내 의지는 상관이 없는걸까? 내 자궁이고 낳아도 내가 낳을건데 주위에 오지라퍼가 너무 많다.

 

이럴바에는 그냥 빨리 해치워버리듯이 아이를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 편으로는 남편이 그리 원하지도 않는데. 아이를 억지로 만들 수도 없고. 그렇게 만들었다고 한들 원하지 않는 아이였을테니 남편의 정서가 아이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라는 생각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결국에는 나도 모르겠다 라는 말로 결론이 나곤 한다.

 

나처럼 아이에 대한 문제는 아니었지만. 이 책의 작가는 이 질문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알았는가 보다. 조은 소식이 없냐는 말에 "제가 건강하고, 굉장히 행복하다는 소식 전해드립니다." 좋은 소식이 없냐는 말에 굳이 남자친구의 유무라던가 임신 유무를 대입시킬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그저 내가 남편과 관계가 원만하고 건강에 문제가 없으며 일적으로도 크게 문제가 없으면 그게 바로 좋은 소식이 아니냔 말이다. 작가 덕분에 이런 질문을 유연하게 대처할 수있는 방법을 배우게되서 좋았다.

 

누군가는 에세이는 그저 흘려보낼 그다지 지식을 함양할 수있는 책이 아니라고 말 할 수도 있겟다만. 모든 책이 인문학적 지식을 쌓기위해 존재할 필요는 없다고생각한다. 그렇게 거창하게 인문학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주위에서 살아가고있는 사람들의 삶을 대하는 태도 또는 주위사람들을 배려할 수있는 방법을 간접적으로 배울 수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어른의 일

국내도서

저자 : 손혜진

출판 : 가나출판사 2020.03.23

상세보기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