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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마지막이 될 임신일기.

금일 2022. 1. 6. 20:00에 입원 예정이다.

예정일이 2일이 지난 40주 2일인 지금도 아이가 세상으로 나올 징조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예정일이 지난 이후로는 아기가 뱃속에서 태변을 볼 가능성과, 머리뼈가 굳는 문제와 아기의 체중이 많이 나가게되어 난산의 확률이 올라가기에 41주 이전에 아기를 낳고 싶었는데. 되도록이면 유도분만이 아닌 자연분만을 하고 싶었다. 집에서 남편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진통을 겪다가 산부인과에 가서 아이를 숨풍 낳고싶었는데.

 

집이 아닌 병원에서 진통을 겪어내야할 생각을 하니 참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입원까지 이제 4시간도 남지 않았다.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아기를 낳는 일에 있어서 준비란 아무리 해도 완벽하지 않은 거 같다. 물건을 싸는 일이야 얼마든지 여행가듯이 쌀 수 있지만. 내 몸의 준비는 어떻게 되어있어야하는 걸까? 

 

평소대로의 컨디션을 유지하기위하여 기상시간도 운동도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게 유지했다. 

 

일부러 분만에 대한 걱정과 불안, 또 진통의 고통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산책을 하는 동안에도 부러 분만관련된 내용을 듣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나면 어느새 맘카페에 들어가서 분만/출산/유도분만 관련된 내용을 끊임없이 찾아보고. 내가 분만을 하게될 병원의 후기를 열심히 찾아 읽었다. 그들이 아기를 낳는데 겪은 경험이 곧 나의 경험이 될리가 없음에도.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정보를 어떻게든 찾아서 머릿속에 구겨넣었다. 모르는 일의 두려움을 해소하기위해서는 아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생생한 분만 후기들과 그들의 고통에 대한 묘사는 읽으면 읽을수록 나에게 두려움을 더 줄 뿐. 차라리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에 공감하고 실행 할 것을. 이제는 너무 많을 것 들을 알아버렸다.

 

오늘도 어김없이 엄마와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엄마는 내가 오늘 입원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서. 집에 오겠다고하였는데 단칼에 거절하였다. 엄마에게는 유도분만을 한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친구에게는 유도분만을 한다고하였더니 입원전에 연락을 한다고했다. 하지만 연락을 받고싶지 않아서 하지 말라고했다. 나중에 아기를 낳고 내가 연락하겠노라고.

 

아기를 낳으러... 병원에 갈 시간이 다가올 수록 긴장되고 초조한 마음이 가속된다. 아무에게도 연락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아기를 잘 낳을 수 있기를. 겁쟁이처럼 쫄지 않고 잘 견뎌낼 수 있기를 바란다.

 

두려움 속에서도 간간히 뱃속의 아기의 태동이 느껴지면 내가 정말 잘 선택한 일인지 몇 번이고 의구심이 든다. 뱃속의 아기와 분리된다는 생각에 안타까움이 문득문득 스쳐지날 때면 나의 욕심으로 아기를 뱃속에 붙들고 있는 건 아닐까? 아니면 내가 아기가 아직 세상에 나올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억지로 태어나게 만들어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다양한 걱정이 든다.... 일주일을 더 기다려볼 걸 그랬나? 싶은 생각도 들고... 정말 다양한 생각들이 휘몰아쳐서 하루에 몇 번이고 기분이 오락가락하다. 

 

평온한 임신기간을 보낼 수 있었어서. 남편과 행복한 임신기간을 보낼 수 있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임신 초기에 피할 수 없는 분만의 고통을 예견하고 두려워했는데. 결국 이렇게 분만의 고통을 목전에 앞두고나니 그 기나긴 임신기간동안 결국 두려움은 극복하지 못하였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임신기간은 굉장히 행복했다. 임신 초기, 중기, 후기 전부. 물론 신체적인 고통이 없었지는 않다. 초기에는 입덧과 급작스러운 호르몬 변화로 체력이 사라져서 고생했고. 중기부터는 가진통과 붓기로 고생했다. 후기에는 불러오는 배로 인해서 생활의 불편함 잔뜩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뱃속에서 생명을 기르는 기쁨을 경험할 수 있었고. 세상에서 존재하는 다양한 생명체 중에 하나를 내가 탄생시켜 조건없이 사랑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는 기대감과 설레임도 나를 행복하게 했다. 

 

너를 낳는 과정은 분명 고통스럽고 지난하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를 만날 수 있다면 나는 견뎌낼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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