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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마음이 심란한 며칠을 보냈다.

그동안 병원에 다녀오고나서 양가 부모님께 아이의 성장에 관한 내용을 보고드리고 안심시켜드리고 있었는데... 그게 어른들의 걱정을 더욱 촉진시켰는지. 유도분만을 하지 말라는 양가의 답으로 돌아왔다. 물론 양가부모님들 모두 유도분만이 고통스럽고 성공확율이 낮다고 생각하여 그렇게 말씀들을 하셨던 거겠지만.... 그래도 아기를 낳는 사람은 나인데. 조언은 할 수 있겠지만 하지말라. 해라. 이렇게 말을 덧붙일 사안은 아니었지 않을까 싶다.

 

더욱이 시어머니에게 한번 이야기를 듣고 바로 이어서 친엄마에게도 유도분만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연속으로 들어서 그런지. 전화통화할 적에는 하하 호호 하고 넘겼지만.... 나중에 혼자 샤워를 하는 동안 대화내용을 복기하면서 굉장히 속상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남편은 나의 징징거림을 꽤 오랫동안 받아줘야했다. 

 

아기를 낳고 몸이 상하고 고통을 겪는 일은 모두 산모의 몫인데. 왜 주위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지. 가장 중요한건 결국 산모의 결정인데. 그 어느 누구도 산모의 결정에 왈가왈부할 수 없어야하는게 마땅함에도 저런 말을 안들을 수는 없는 걸까? 

 

저 말을 들은 이후로 1월 3일을 전후로 유도분만 계획을 잡았었던 나의 결정은 어른들의 말을 아예 안들을 수도 없게되어버렸다. 어른들의 말을 듣지 않고 유도분만을 해서 좋지 못한 결과를 얻게 되면. 추후 유도분만을 하지 말랬는데 유도분만을 해서 그런거라는 둥의 말을 한 마디 이상 들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모두 걱정을 해서 그런말을 한 거라는 걸 잘 안다. 잘 아는데. 마음이 너무 불편하다. 결국 생살을 찢고 아기를 낳는 사람은 산모인데. 그냥 산모의 선택을 응원해 줄 수는 없는 걸까?

 

앞으로 양가에 전화를 해봤자 내가 예민한 상태에서 좋은 말을 좋게 받아들일 수 없음을 알기에. 당분간 양가와의 통화는 자제하기로했다. 


 

아기를 만들고 기르고 하는건 오롯이 부부의 영역인데. 그 영역을 해치고 넘어 들어오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결혼 준비를 할 때에는 회사 사람이 나에게 피임을 하지 말라고했다. 생활비를 합치지 않고 각자 관리한다고하니 그럴거면 왜 결혼을 하냐고 했다. 혹자는 임신을 한게 아니냐. 속도위반을 한게 아니냐고 묻기도했다. 지금 살고있는 아파트가 어디에있는 아파트냐고 꼬치꼬치 캐묻기도 하고. 가족계획에 있어서 둘은 낳아야한다는 사람은 셋이 넘어간다. 

 

저렇게 말을 한 사람들 중에 나에게 임신 축하선물도 주지 않은 사람은 절반이 넘어간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주둥이를 때려주고싶을 정도로 얄밉고. 그 앞에서 뭐라도 한마디 쏘아줄걸 하는 후회도 남는다. 지금 이런 감정이 드는 것도 막달에 몸이 힘들고 지치니까 감정 조절이 안되서 이런 글을 쓰는 거겠지....

 

 


오늘따라 글이 이렇게나 감정적인 이유는 지난밤에 가진통으로 너무나 고생을 했기 때문이다. 11시 반 정도부터 시작된 가진통은 새벽 2시 30분이 넘어서까지 계속되었다. 진통에 지쳐서 잠들고 눈을 뜨니 계속 진통이 있었고. 남편을 출근시키고 설풋 들은 잠에서 깨어나니 또 진통이 있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책상앞에 글을 쓰고있는 지금도 진통이 있다. 잠을 제대로 못자서 지치고 몸이 아프다.

 

진통의 횟수가 잦아지면 잦아질 수록 신경은 예민해지고 걱정은 더욱 많아진다. 불안함은 점점 고조되고 무서운 상상을 많이 하게된다. 그래서 최근은 정말 푹 쉬고싶을 때에는 휴대폰도 비행기모드로 전환하여 외부와의 소통을 차단한다. 이렇게 하니 친엄마가 걱정되어서 하는 전화를 안받아도되서 마음이 너무 편하다.

 

엄마의 경우 본인의 불안감을 나에게 이전시키는 습관이 있어서. 정작 가장 마음이 편해야할 나를 더욱 괴롭게 한다. 특히 결혼 준비할 때 본인의 불안과 걱정을 나에게 많이 옮겨서 내가 정말 심적으로 매우 힘들었었다. 엄마도 출산을 앞둔 딸을 두었으니 걱정이 많이 되겠지만. 엄마의 걱정을 내가 받아줄 이유가 없고. 나는 그냥 내 마음이나 잘 다스려야겠다고 다시 마음을 먹었다.


 

결국은 이번에 오는 12/30일 내진을 통해 자궁경부 숙화정도와 아기가 얼마나 내려왔는지를 확인하고. 지난주와 별 차이가 없을 경우 다음 검진 1/6일까지 자연진통을 기다려보기로 했다. 1/6일 정기검진일에 자궁경부 숙화가 되고 경부가 열려있거나 아기가 내려오거나, 양수의 양이 줄어들어 유도분만의 조건을 만족하였을 경우. 그날 저녁에 입원하여 유도분만을 할 계획이다. 아기를 낳기 전까지는 양가에 연락하지 않으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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